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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희 회장 (사이버디스티 대표) 관리자2004-05-27

관리자   /   2004-05-27
 "여성들을 이끌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있다"

듬직한 맏며느리 같다. 대가족의 대소사를 이끌며 '싫다 힘들다' 말한마디않던 그 맏며느리말이다. 반도체 부품 온라인 유통업체인 사이버디스티 홍미희(42)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최고경영자(CEO)다. 

조용히 내실을 다지며 사업에만 열중하던 홍 사장이 지난 2월 한국IT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제의를 받고 일단 고사의 뜻을 밝혔지만 홍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장의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등 준비를 끝낸 뒤 회장직을 수락했다. 

#IT와 여성의 만남

사이버디스티의 직원 중 90%는 여성이다. "제가 여성이다보니 여성들을 이끌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여성을 뽑은 건 아니예요. 온라인사업 특성상 여성이 더 적합하는 것도 있었죠." 비싼 비용을 들여 서치펌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는 이유도 인재가 가장 중요한 기업의 자산이라고 믿기때문이다. 

"저희같은 회사규모에 서치펌을 이용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한번 걸러진 사람이니까 그만큼 일도 잘해요. 또 오랫동안 같이 일해왔기때문에 서치펌도 저희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를 알고 있어 가장 적합한 사람을 보내주고 있죠." 

외국인 강사를 불러와 주2회 영어강습도 하고 요리동우회 레포트동우회 같은 사내모임도 활발하다. "주인의식과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여성직원이 절대적으로 많은 직장의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했다. 직접 전화해 몇몇 직원과 통화해봤다. 사이버디스티에서 2년째 근무중인 한 직원은 "전 직장에선 실력이 비슷해도 여자라서 승진하기가 어렵다는 피해의식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생각없이 일만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고 또 커피심부름 같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어 좋다"고 말했다. 단점이라면 대화의 화제가 다양하지않아 우물안 개구리 같다고 느낄때가 있다는 것. 

중간급 간부인 한 직원은 "결혼하니까 제사같은 집안 일때문에 일찍 퇴근해야 될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눈치보지않아도 되니까 좋다"며 "여자들끼리 있으니까 그런지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귀뜸했다. `책임과 자율`을 강조하는 홍 사장의 경영스타일에 따라 높은 업무 집중도를 보이는 것도 특징이었다. 

#홍사장의 특이한 토요일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은 셈이죠. 거의 모든 부서를 돌면서 근무했거든요." 홍 사장은 1999년 사이버디스티를 창립하기 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모토로라, 석영전자 등에서 근무했다. `직장인` 홍 사장은 어떤 모습이었냐고 물었다. "다른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아이디어가 많고 뭔가 맡으면 꼭 성과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일 욕심은 많지만 사람관계는 탄력적이고 상황에 따른 유연성도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팀웍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동료들과 회식자리에도 빠지지않았다고 한다. 

사이버디스티는 주5일제 근무이지만 홍 사장은 토요일에도 어김없이 아침일찍 출근한다. 직원들도 없는 빈 사무실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일까. "빈 책상을 보면서 저 직원의 요즘 표정이 어땠나 떠올려 보기도 하고, 또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그때 얼른 이메일로 보내놓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읽기도 합니다."

홍 사장은 오전 11시쯤 회사를 나와 쇼핑을 하거나 비디오를 보거나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거나 마사지를 받거나 하며 완전히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나서 가족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한다. 이런식의 토요일을 보낸 게 회사 창립때부터다. "항상 사람과 사람 관계속에서 살잖아요. 토요일이라도 혼자서 생각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만난 연극배우 남편과 11년이나 사귀다 결혼했고 지금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아들 2명을 키우고 있다. 양육과 집안일은 모두 시어머니가 챙겼지만 자식과 엄마의 정서적 유대감 형성을 위해선 세심하게 배려했다. 

"정성을 들여 작품을 만들 듯 키웠어요. 이유식도 영양뿐아니라 색깔까지 맞춰서 해먹였거든요. 무엇보다 매일 하루 2∼3시간씩 누워서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장난치고 그리고 나레이터가 돼 책을 재미나게 읽어줬어요." 두 아들들은 엄마를 `모범적인 경제인`으로 자랑스러워한단다. 

#한국IT여성의 중심으로

홍 사장은 임기 2년의 한국IT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회원들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콘텐츠,시스템,솔루션,마케팅 등 분야별로 분과위를 만들어 사람들간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또 정보통신부와 함께 동북아IT여성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을 준비도 착착 진행중이다. 

"오는 11월 동북아 여성CEO컨퍼런스를 개최해 연대의 범위를 더욱 넓힐 생각입니다. 인도, 중국, 싱가포르, 대만, 일본, 호주 등 6개국 여성CEO들이 참석해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을 다지는 행사죠." 단순히 행사를 위한 행사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해외진출 파트너를 물색하는 등 회원사의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수십여 여성 직원들의 잠재성을 이끌어내 능력을 펼치도록 도왔던 홍 사장, 이제는 국내 IT여성들을 무한한 가능성의 무대도 불러낼 차례다. 

 
(자료원 : 머니투데이 http://www.moneytoday.co.kr )